어린 시절에 모래를 가지고 장난을 하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모래를 이용해 두꺼비 집을 만들어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를 노래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모래위에 발자국도 내보고 바닷가에 파도가 빠진 사이 이름도 적고 모래성을 쌓기도 한다. 모래만 있어도 하루 종일 놀았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면 자연스레 모래와 멀어지게 마련이다. 요즘은 환경적인 이유 때문에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모래 만지는 것도 볼 수 없게 됐다.
채승웅 씨는 우리가 어린시절 모래와의 기억과는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이다. 오히려 그는 어른이 되어서 모래와 더욱 친숙해지는 샌드 아티스트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Q. 본인 소개를 해달라.
- 2012년에 데뷔한 샌드아티스트 채승웅입니다. 모래로 그림을 그리면서 영상을 만들거나 라이브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샌드아트코’라는 샌드아트 체험 전문 업체를 창업해서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Q. 샌드아트란 무엇인가?
- 넓은 의미로 모래를 이용한 모든 예술활동을 샌드아트라고 합니다. 모래로 그림을 그리거나 해변에서 모래로 조각품을 만드는 작업도 샌드아트라고 하죠. 그중에서도 제가 하고 있는 영역은 모래로 그림을 그리는 것입니다. 보통은 ‘라이트박스’라고 하는 빛이 나오는 상자에서 그림을 그립니다. 그림을 한 장면만 그릴 수도 있지만 여러 장면을 이어서 그리면서 하나의 공연을 만들어 냅니다. 또 공연과는 별개로 영상을 만들기도 하죠.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은 제가 하는 영역은 공연예술의 일종이기도 하고, 영상을 만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Q. 작업물은 어떻게 보관하나?
- 현재는 사진, 혹은 영상으로 보관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작품을 판매하기도 어렵죠. 나중에는 좋은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 보통은 누군가의 의뢰로 공연이나 영상을 만듭니다. 하지만 때때로 ‘내가 뭔가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만들기도 합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영상,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영상 등 사회적인 문제와 연결이 되기도 하죠.
Q. 직업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나?
- 샌드아트를 처음 알게 된 건 2005년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잡지사 기자였죠. 한 행사에서 샌드아트 라이브공연을 보게 됐는데 한눈에 반해버렸습니다. 10분 남짓 되는 공연을 보면서 정신이 나가있었죠. 너무 해보고 싶고, 내가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모래를 만져볼 수 있었던 건 한참 후였죠. 2009년에 처음 재료를 사서 그림을 그려봤는데 회사를 다니면서 독학을 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시도에 그치고 말았죠. 그리고 2011년 초, 회사를 그만두고 1인 기업으로 소셜커머스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애를 썼지만 그리고 보기 좋게 망해버렸죠. 2012년 8월에 강남 세무서에서 폐업신고를 했습니다. 그리고 세무서 앞에서 한참 멍하고 앉아있었죠. ‘이제 뭐할까?’ 생각하면서요. 그러다 샌드아트 생각이 나서 검색을 해봤더니 샌드아트 아카데미가 생겼더라고요. 그 길로 상담을 받으러 갔죠. 운이 좋게도 가장 실력이 뛰어난 최은영 작가에게 샌드아트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배워두면 좋을 것 같다’ 정도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최고가 되고 싶다’로 바뀌었습니다.
Q. 샌드아트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 2016년 4월, 호주 멜번에서 약 40일 간 거리공연을 했습니다. 아마도 제가 처음으로 호주에서 샌드아트로 거리공연을 한 아티스트가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아니 그런 것보다도 40일 동안 정말 많은 것들을 느꼈습니다. 하루 종일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만 그렸을 뿐인데,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제 그림을 좋아해줬거든요. 그건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이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고, 제 꿈과 가까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Q.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어떤 것이 있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 현재 샌드아트 체험 전문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어린이들뿐만이 아니라 성인, 임신부, 노인 등을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더 많은 사람들과 샌드아트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세계 최고의 샌드아티스트가 될 것입니다. 누구보다 독창적인 스토리와 그림, 공연을 선보일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될 자신이 있습니다.
Q.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샌드아트의 매력은 그 안에 어떤 내용이든 녹여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회화의 한 영역이지만 오히려 공연예술이나 영상 쪽에 더 가깝습니다. 게다가 그림으로만 소통을 한다면 언어의 장벽 또한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 샌드아트를 시작하게 됐고, 샌드아트를 시작한 후로 단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하고 이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합니다. 이 일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공연, 많은 사람들이 위로받을 수 있는 공연을 만들겠습니다.
우리가 어떤 분야에서 기예가 뛰어나 유명한 사람을 명인이라고 부른다. 창조적인 생각으로 한줌 모래와 빛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그의 손길이 세계 최고의 샌드아티스트 채승웅이라고 불릴 날을 기대해 본다.
2012.11 서초한우리정보문화센터 개관 3주년 기념 공연 (공연 장소 : 서초한우리정보문화센터)
2013.4 신한금융투자 주최 '봄꽃 나눔 페스티벌' 샌드아트 공연 (장소 :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본사)
2014.6 18회 맘앤베이비 엑스포 샌드아트 축하공연 (공연장소 : KINTEX)
2015.5 MBC '언니가 돌아왔다' 광고영상 제작
2016.9 브루나이 대사관 주최 Korean Foundation Day 오프닝 공연
2016.10 SK E&S 사내캠페인 영상 제작
2017.3 19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정책홍보 동영상 제작
촬영협조=더치앤빈 우면점
